[넥스트 유니콘] 스탠다임,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기다린다

입력 2021-03-29 10:36   수정 2021-07-11 10:27

<p> ≪이 기사는 03월 29일(10:36)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탠다임은 국내 1세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사다. 이 회사는 SK케미칼, HK이노엔,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 쟁쟁한 국내 제약사들과도 협력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스탠다임을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와 함께 찾았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스탠다임에 총 3회에 걸쳐 70억 원을 투자했다. 초기 기업 투자를 의미하는 시리즈A에 2016년 처음 나선 뒤 시리즈B 투자에는 물론 IPO를 앞두고 진행한 프리IPO 투자에도 참여했다.

스탠다임은 AI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임상에 뛰어드는 국내 다른 신약 벤처기업과는 노선이 다른 기업이다. 특히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할 당시엔 국내에 상장한 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이 회사의 어떤 매력 포인트들이 투자하게끔 이끌었는지를 물었다.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이하 곽) 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 중엔 신테카바이오가 2019년에 상장했으니 스탠다임에 처음 투자한 2016년엔 국내에 이렇다 할 상장사가 없던 시기였죠. 모험적인 투자였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점점 떠오르고 있었고,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아직 초기였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사이 기술격차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하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에이티넘이 시리즈A에 투자한 상태였어요(웃음). 사족을 덧붙이면 회수할 때 IPO보다는 인수합병(M&A) 쪽에 더 무게를 두고 한 투자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분야에선 상장사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국내외에서 AI 신약을 하는 기업들이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투자사 내부 분위기도 좀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BMS가 약물 발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보유한 인시트로, 슈뢰딩거와 각각 20억 달러, 27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바이엘도 슈뢰딩거와 1000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요.

그러던 차에 스탠다임에서도 국내 제약사와의 협업 소식이 들리더군요. SK케미칼, HK이노엔, 한미약품, 삼진제약과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죠. 이런 분위기 덕분에 과감하게 시리즈B, 프리IPO까지 후속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님, 말씀 나온 김에 공동개발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하 김) 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중간에 중단되는 일 없이 모든 프로젝트가 순항 중이라고만 간략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람 대신 AI가 신약을 설계한다

AI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업의 설립자답게 김 대표는 AI를 전공했다. 국내 1세대 AI 연구자로 꼽히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애든버러대에서 AI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는 좀 게으른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AI를 전공하게 된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을 컴퓨터에게 시키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장 교수님이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관련 연구를 하셔서 AI와 바이오를 접목한 연구활동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AI 전공인 제가 생물학과 IT를 접목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보고자 스탠다임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AI로 신약을 개발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제약을 배제하면 사업을 키워나가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투자도 받기 어렵고. 그래서 설립 후 고민 끝에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하게 됐습니다. 귀찮은(?) 신약 개발을 대신 해줄 AI를 개발하게 된 셈이죠.

저도 스탠다임의 설립 초기 얘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2016년 에이티넘에 합류하기도 전에 에이티넘은 이미 스탠다임에 투자한 상태였거든요.

네, 좋습니다. 처음엔 신규 타깃을 찾는 플랫폼에 가까운 형식이었습니다. 논문의 텍스트로부터 신규 타깃이나 작용기전을 학습한 뒤 제공하는 웹서비스 형식을 하고자 했죠. 여기서 신규 타깃이란 보통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얘기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슈뢰딩거는 도킹시뮬레이터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약물과 단백질이 만났을 때(도킹)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가상으로 실험(시뮬레이션)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스탠다임은 여기서 몇 발짝 더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도킹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약이 되는 건 아니죠?

네, 맞습니다. 스탠다임은 약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더하기 위해 약 150가지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약으로 쓰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물에 녹아야 하고, 섭취했을 때 대사가 되면 안 되거든요. 당연히 독성도 확인해야 하죠. 실험실(in vitro) 환경에서 도킹이 가능한지 유무만 시뮬레이션하는 게 아니라 AI로 하여금 이런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또 기존 약의 유사한 구조를 새로 디자인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어 AI가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는 물질을 찾도록 했습니다. ‘퍼스트 인 클래스’와 ‘베스트 인 클래스’를 모두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스탠다임의 3가지 플랫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시지요.

네, 저희 플랫폼은 에스크(ASK), 베스트(BEST), 인사이트(INSIGHT)로 총
3가지입니다. 먼저 에스크는 신규 타깃과 작용기전을 예측하는 플랫폼입니다. 베스트는 에스크가 찾아낸 신규물질에 대해 특허화가 가능한 새 약물 구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약물에 대해선 유효성이나 안전성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기도 합니다. 기존 약물과 새로 설계한 약물을 비교해 ‘베스트 인 클래스’를 신규 발굴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인사이트는 기존에 출시된 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드러그 리포지셔닝’ 플랫폼입니다.



최첨단 정보로 단시간에 설계, AI 신약 개발의 경쟁력

가장 많이 들으시는 질문이 AI 신약 개발의 필요성 아니십니까? 전통적인 방식 대비 어떤 게 얼마만큼 좋으냐, 이런 질문 많이 받으시죠?

하하, 맞습니다. 먼저 저희 AI는 사람 대비 최신 정보 습득 속도가 빠릅니다. 아무리 노력형 인간이라도 하루에 4개 이상 논문을 제대로 읽기 어려워요. 반면, 저희 AI는 자연어를 해석할 수 있어 시간당 400~600개 논문을 읽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항상 최첨단 정보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면 2년 이상 걸리던 작업이 AI를 통하면 7개월이면 충분합니다.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베스트 인 클래스’에 가깝습니다.

AI 신약 개발의 강점은 이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적인 AI 신약 개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인하우스로 AI 신약개발팀을 보유한다면 자체적인 경쟁력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아마 그건 인력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AI에 전문성이 있는 개발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심각하거든요. 특히 구글 등 글로벌 톱티어 IT기업에서 AI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우수한 엔지니어는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제각각 AI개발팀을 꾸릴 여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해외에선 인시트로, 슈뢰딩거를 비롯해 국내에선 저희 스탠다임 등으로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탠다임 같은 AI 신약 개발업체들이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체 합성랩을 만드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올 상반기 중에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직접 후보물질의 시약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AI를 통해 가상으로 설계한 구조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제약사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요, AI가 설계한 대로 직접 저희가 물질을 합성해 설계의 우수성을 입증하려고 합니다.

IPO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거래소에서 기술특례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빡빡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꼭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IPO에 앞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여럿 내려고 합니다. 이달 중에 신규물질 특허를 10건 정도 출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희도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만 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인 파이프라인이 있어요. 기존에 있는 약을 저희 인사이트 플랫폼을 통해 리포지셔닝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상장 일정이 어떻게 잡고 있나요?

기술성을 평가를 통과하는 대로 올여름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하반기 중 코스닥시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리IPO를 통해 유치한 자금과 공모자금을 더하면 향후 5년간은 해외 기업과 대등하게 싸워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기까지 충분한 기간이라 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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